용문신을 한 소녀..인데..스티그 라르손은 아마도 '소녀' 시리즈로 죽 가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근데 사실 리즈베트는 보기만 소녀지 처녀잖아? -_-;;
일단 제 점수는요..3.5/5.0. 내가 평점을 주는 게 5/5는 일생에 손꼽아서 줄 수준으로 넣고 싶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안 나오고..4점이면 충분히 훌륭한데 얘는 4점 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좀 눈에 뜨이긴 한다.
플롯이야 원작이 지나치게 훌륭하기 때문에 특별히 지적할 부분이 없고, 오히려 그 이외의 방대한 내용들을 어떻게 세시간도 안되는 한도 내에 우겨넣었는지가 관심사였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영화가 상당히 훌륭하다. 소설 속에서 영화로 만들었을때 지루하고 늘어지기 쉬운 부분이 크게 서너 가지가 있는데..
우선 맨 처음 미카엘이 벤네르스트룀한테 박살나고 헤드슈타트로 도망가기까지의 과정이 있다. 원작에는 아예 인물소개삼아 쓰는 첫 두 챕터 정도를 벤네르스트룀에 대한 기사를 쓰게 된 배경까지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는데 이걸 통째로 들어냈음. 좋은 결정 같다. 그 다음으로는 연쇄 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면서 하리에트가 성경에 집착했던 모습과, 그로부터 각 사건이 성경의 어떤 부분과 연관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내용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미카엘이 딸 잘 둔 턱에 한방에 해결하는 모습으로 각색을 했다.
세번째 부분은 모든 것이 끝나고 헨리크가 넘긴 자료가 쓸데없다는 걸 깨달은 부분부터 리즈베트의 해킹을 통해 벤네르스트룀을 파멸시키게 되는 과정인데, 이 동안에 미카엘은 멀리 떨어진 오두막에 칩거하면서 책을 쓰는 기간이 있다. 그 중에 리즈베트와 몇달간 동거를 하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그러던 중에 리즈베트가 자기의 마음을 깨닫고 선물을 준비 (이 부분은 영화에 있지만) 하고 가열차게 차이는 과정으로 이어지는데..이 내용도 사실 영화로 보여주면 꽤나 재미없었을 듯 하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줄기가 바뀐 게 하리에트의 현재 모습이다. 아주 멀쩡히 잘 살아있는 아니타를 없애 버리고..뭐 책을 그대로 옮겼다면, 나도 책에서 그렇게 느꼈지만 특히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아마 이랬을 거다. 반지의 제왕 마지막편에서, 아니 샤이어에 돌아왔으면 이제 해비에버애프터여야 되는 거 아냐? 싶은데 갑자기 배를 타고 어디로 가고 끌어안고 울고 아 영화는 왜 안 끝나 재미도 없는데..하는 느낌.. 해서 잘 자르고 바꿔버렸다는 평가를 두고 싶다.
그 외에도 자잘한 각색과 재해석이 있는데, 무리수를 두었다고까지 할 만한건 별로 없다. 다만 리즈베트의 정부와 당국에 대한 반감이 잘 안 드러난 부분이 좀 아쉬운데, 혹시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제대로 표현되었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하고는 말 한 마디도 안 섞는 여자가 밀턴 시큐리티 추천장을 들이밀며 사건 기록을 찾아다니다니! 뭐 이건 위에서 말한 연쇄살인 수사 과정을 지루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기는 했지만..밀턴에서 리즈베트가 구박받으면서 지내던 내용이나, 에리카와 미카엘의 연애 행각이나 하는 부분들도 좀 생략이 되어 있긴 한데, 뭐 극의 흐름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으니..
음악에 대해서는..소셜 네트워크 같은 경우에는 음악이 맘에 들기도 하고, 특히 장면에 삽입되었을 때 장면만 떠오르는게 아니고 음악이 같이 떠오를 정도로 적절한 타이밍에 임팩트가 있었는데 (특히 맨 앞부분. 렛 더 해킹 비긴 할때랑, 왈도가 유리창에 알고리즘 쓸 때같은..) 이번 영화에는 그게 없다. 맨 앞의 뮤직비디오스러운 캐스팅 소개 부분이 전부고..아마 영화를 두세번쯤 더 보면 괜찮은 부분이 보이겠지 싶기도 하다.
캐스팅을 짚어 보면..제대로 들어가기 전에 일단, 작중 인물이 죄다 중년이라는 점에서 적절했다고 보고 싶다. 미카엘 역의 다다니엘 크레이그는 정말 훌륭했고 (세파에 찌들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기운 다 빠진, 근데도 정신은 살아 있는 중년 기자..) 몇 장면 안 나왔지만, 에리카 역의 로빈 라이트도 아주 훌륭했다. 나이든 여자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원작에서처럼 또다른 중심축이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뱅야르 헨리크와 뱅야르 마르틴, 더크 프로데 (셋 모두 들어본 적도 없는 배우들인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헨리크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나이는 매우 많지만 정정하고 에너지도 잃지 않은' 거대기업 전 회장의 위엄을 잘 보여주고 있고, 마르틴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현 회장이자 싸이코패스 범죄자로서의 (그래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그 잔인한 모습이) 모습이 잘 드러났다.
다만 아쉬운 건 기타 조연들. 특히 세실리아 뱅야르와 아니타 (=하리에트) 뱅야르. 두 조연은 원작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이고 기본적으로 매력있는 중년 부인들로 나와야 할 것 같은데..아마 극의 각색에 맞추어 바꾼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지금 찾아보니 리스베트가 하룻밤 잤던 그 친구가 미리암 우로 나오네..그 여자는 2부에 나왔던 거 같은데..아 막 헷갈린다 젠장. 한편 (역시 몇장면 안 나왔지만) 퍼킹 아르메네안인 드라간 아만스키는..솔직히 너무 멋진 이미지로 나왔다. 정확히는 너무 젊게 나왔다. 돼지같은 강간범 우리의 비우르만 변호사는..솔직히 너무 대놓고 '난 찌질한 악역이오' 해서..하긴 원작에서도 구제불능이긴 하지만..그 외 플레이그, 안니카 등등 다른 조역들도 전체적으로 괜찮았고..
캐스팅 이야기를 하며 한사람을 뺐는데, 바로 루니 마라. 리즈베트 살란데르 역. 여러가지로..미카엘만큼이나 완벽했다. 좀 말이 많다던가, 웃을랑 말랑한 표정도 여러번 나온다던가 하긴 했는데 그건 각본의 문제라고 생각되고, 착 깔리는 목소리, (대부분의 경우에는) 짧고 빠르고 딱딱한 말투, 거의 변하지 않는 표정,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모습, 심지어 (비교적) 작은 가슴까지. 전체적으로 원작에서 표현하고자 한 살란데르의 모습을 충분히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다.
소셜 네트워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나 여러번 두고 보고싶은 영화라는 결론.
로퍼
2012/02/05 13:27
2012/02/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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