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J. 왓슨, 김하락, 랜덤하우스.
중간까지만 해도 기억상실을 겪은 한 여자를 위한 위대한 주변인의 사랑..같은 느낌을 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 책이 반전이 없을리가 없지, 라는 생각에 계속 읽어 나갔지만 당최 어디부터가 반전일지를 도저히 예상할 수 없어서 에이 그냥 훈훈하게 끝날려나 하고 거의 포기 상태로 읽고 있었는데..막바지에 확실하게 한방 해주는 부분이 있구나. 전혀 예측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이정도면 상당히 훌륭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오천년도 넘게 고민해오 문제지만 일단 정답은 없고, 이런저런 해석들 중 가장 내 의견과 근접하다고 느끼는 것, 가장 말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의견들은 있을 테다. 소설에서는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과거다. 내가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이었고,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과 어떤 것들을 쌓고 만들어 왔는가. 24시간을 지나면 거의 대부분이 초기화되는 기억을 바탕으로 나 자신을 천천히, 이 주일에 걸쳐 재구성해가는 여자의 고군분투가,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멋있어 보이기도 하면서, 나를 구성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한번쯤 생각을 더 해보게 만든다. (물론 대단한 것은 없다. 원래 잃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에 나오는 유명한 사례의 이야기. 새로운 장기 기억 형성이 불가능해서 매일 의사와 처음 소개를 하는 환자, 하지만 손 안에 압정을 넣고 악수를 한 다음 날 악수를 꺼렸던 환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를 직접 겪지 않고 이차적인 경험과 상상에 의존해서 이렇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저자 소개에 보면 작가를 위한 아카데미에의 작문 수업에서 낸 숙제로부터 완성된 소설이라는데..여기까지만 읽었으면 나도 왠지 소설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다 읽고 난 생각은 아 되는 사람만 되지 하는..(...)
평점은 3.0 / 5.0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음.
로퍼
2012/02/05 14:09
2012/02/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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